본문 바로가기
카테고리 없음

무난한데 예쁜 건 어떻게 만들어질까? — ‘노멀코어’ 디자인

by 디자인이 일상이 되는 순간 2025. 6. 11.
반응형

1. 왜 요즘 사람들은 ‘무난한 걸 좋아한다’고 말할까?

무채색. 기본핏. 아무 무늬도 없는 옷.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. “이게 제일 예쁘더라.” 그 말엔 단순한 취향 그 이상의 어떤 감정이 숨어 있다.
화려한 것도 멋지다. 유니크한 것도 눈에 띈다.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, **‘무난한 것’을 원한다.** 브랜드는 단색 라벨을 만들고, 쇼핑몰은 “기본템 추천”을 전면에 걸고, SNS엔 매일 “#꾸안꾸룩”이 수만 개씩 쌓인다.

📌 이유는 단순하다. **복잡해서 피곤하기 때문이다.** 시대가 복잡하고 불확실할수록, 사람들은 단순함을 원한다. 더 이상 과시나 유행보다, **안정적이고 부드러운 감각**을 찾는다.
그리고 그 감각은 아이러니하게도 ‘평범’ 속에 숨어 있다.

옛날에는 무난하다는 게 심심하다는 뜻이었지만, 지금은 오히려 **디자인이 완성되어 있다는 뜻**으로 쓰인다. **“저 사람 옷 무난한데 예쁘다.”** = 과하지 않고, 조용한데 구조가 있다는 뜻.

우리가 무난함에 끌리는 건, 단순히 피곤해서가 아니다. 그것이야말로 지금의 시대 감정에 가장 잘 맞는 **디자인 언어**이기 때문이다.

노멀코어는 그래서 지금, **가장 감각적인 방식으로 무난함을 디자인하고 있다.**

2. 노멀코어의 핵심은 무난함이 아니다

노멀코어는 ‘보통의 미학’을 말하지만, 그건 ‘아무나 할 수 있는’ 디자인이 아니다. 오히려 그 반대다. **과하지 않게 완성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.**
'Normcore'는 ‘Normal + Hardcore’의 합성어다. 말 그대로 **극도로 평범한 것을 추구하는 감각**이다. 여기서 중요한 건 ‘극도로’라는 단어다.

📌 노멀코어는 단순히 ‘기본템’이 아니다. - 주목을 피하기 위해 디자인된 스타일 - 과장 없이 정제된 실루엣 -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는 ‘탈유행성’
오히려 이 스타일은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다. 단추의 간격, 재봉선의 위치, 여유와 밀착의 균형... 모든 것이 **‘티 나지 않게 티 나게’ 구성된다.**

노멀코어는 말한다. “나를 봐달라고 외치지 않아도, 가까이 보면 디자인이 보일 거야.”

그래서 노멀코어는 오히려 **패션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타일**이 되었다. 무심한 듯 정제되고, 소리 없는 듯 감각적인 그것. 노멀코어는 결코 무난하지 않다. **그저 조용할 뿐이다.**

3. 무채색, 기본핏, 단순함… 그런데 왜 고급스러울까?

회색 티셔츠 한 장, 검은 바지 하나. 아무것도 없는데 왠지 고급스러워 보이는 순간이 있다. 그건 소재 때문일까? 아니면 핏 때문일까?
노멀코어 디자인은 미니멀하지만, 그 미니멀함이 ‘저렴함’이 아닌 **‘정제된 무게감’**으로 다가온다. 📌 왜일까?

1. 컬러의 절제 - 블랙, 화이트, 그레이, 네이비처럼 **기본색만 쓰는 대신 톤의 뉘앙스를 정교하게 다룬다.** - 채도를 줄이고, 명도와 대비를 세심하게 조정한다. → 그래서 ‘세련되어 보이는 무채색’이 된다.
2. 핏의 정밀함 - 너무 딱 붙지도, 너무 널널하지도 않게 **균형 잡힌 실루엣**을 구성한다. - 어깨선, 팔 길이, 밑단 커브…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계산된 패턴이다.
3. 소재의 밀도 - 흐물거리는 저렴한 원단이 아닌, **조금은 단단한 질감과 결이 살아 있는 원단**을 사용한다. - 촉감뿐 아니라 주름, 광택, 무게감까지 고급스러움을 시각적으로 설득한다.

결국 디자인은 말하지 않아도 드러난다. 노멀코어는 ‘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보는’ 사람들을 위한 스타일이다. 단순함 속에서 **비례, 여백, 균형**으로 조용히 말을 거는 디자인.

무채색이어도 지루하지 않고, 기본핏이어도 느슨하지 않은 이유. 바로 **이 디테일들이 만들어낸 고급스러움** 때문이다.

4. 브랜드 사례로 보는 ‘노멀코어 미학’

"그냥 티셔츠 하나 샀는데, 입었을 때 느낌이 다르더라."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할 때, 그 브랜드는 이미 ‘디자인에 성공’한 것이다. 노멀코어는 그래서, 이름보다 ‘느낌’으로 기억된다.
노멀코어 디자인을 잘 구현하고 있는 브랜드는 단순히 ‘무채색 옷을 잘 만드는 브랜드’가 아니다. **의도적으로 단순해 보이게 만드는 브랜드**다.

1. 유니클로 (UNIQLO) - 전 세계적으로 노멀코어의 대표 브랜드로 불리는 유니클로는 **기본기 중심의 실루엣과 기능성 소재, 절제된 색 구성**으로 ‘입기 쉬운 미니멀리즘’을 실현한다. - 광고조차도 과장 없이 일상 중심이다.
2. COS - H&M의 고급 라인 브랜드로, **건축적인 실루엣과 절제된 컬러감**이 특징. - 겉으로는 단순하지만, 구조적인 패턴과 고급 소재를 결합해 **‘조용한 고급스러움’을 구현**한다.
3. 무인양품 (MUJI) - 브랜드 로고조차 강조하지 않는 철학으로 **기능 중심, 환경 친화, 정제된 여백**의 미학을 보여준다. - 의류뿐 아니라 생활용품까지 전체 디자인 언어를 통일시켜 **생활 전반의 노멀코어화를 실현**한 사례다.
4. 아워레가시 (Our Legacy) - 북유럽 감성 기반으로 ‘기본템에 감정’을 넣는 브랜드. - 비정형적 디테일, 빈티지 워싱, 텍스처감 있는 원단으로 **‘의도된 자연스러움’**을 추구한다.

이 브랜드들은 ‘이건 특별해요!’라고 외치지 않는다. 오히려 그 반대로, **"이건 그냥 괜찮아요."** 라고 말하지만, 입고 나면 **사람들이 묻는다. "그거 어디 거야?"**

노멀코어는 결국, **‘입는 사람의 분위기’를 살리는 디자인**이다. 그래서 브랜드는 자신을 지우고, 사용자의 취향을 앞세운다. 조용하지만 설득력 있는 디자인의 방식으로.

5. 꾸미지 않은 듯 가장 많이 계산된 스타일

"딱히 꾸민 건 아니고 그냥 입은 건데." 이 말 안에 숨겨진, 수십 번의 거울 앞 고민과 선택. 노멀코어는 그렇게, **‘꾸미지 않은 듯 가장 많이 계산된 디자인’**으로 완성된다.
사람들은 더 이상 ‘눈에 띄는 것’을 원하지 않는다. 대신 **‘조용히 오래 가는 것’을 원한다.** 노멀코어는 그 감정을 정확히 짚어낸다. - 계절을 타지 않고 - 장소를 가리지 않으며 - 누구나 어울릴 수 있도록 설계된 스타일.

하지만 그 모든 것에는 계산이 있다. 👉 어떤 단순함이 ‘심심한’ 것이고, 👉 어떤 단순함이 ‘고급스러운’ 것인지 구분하기 위한 수많은 실험과 조율이 필요하다.

📌 그래서 노멀코어는 **겸손한 디자인이지만 결코 소극적인 디자인은 아니다.** 오히려 매우 전략적이고, 설계적이다.
무난한 것이 곧 예쁜 것인 시대. 우리는 다시 ‘디자인의 기본기’로 돌아와 있다. **좋은 핏, 균형 잡힌 색, 불필요하지 않은 디테일.**

그것은 어쩌면, **화려함이 지친 사람들을 위한 가장 따뜻한 디자인**일지도 모른다.
 
 

#노멀코어 #무난한데예쁜 #디자인철학 #조용한고급스러움 #노멀룩 #꾸안꾸스타일
#기본템코디 #디자인미학 #심플디자인 #패션디자인트렌드 #2025패션 #미니멀패션
#일상룩 #데일리룩추천 #노멀코어디자인 #감성디자인블로그 #김디장인 #디자인에세이

반응형